Breal'96의 세상 씹기2009. 1. 7. 17:17

10년도 넘게 지난 것 같다. 이대 앞의 비미남경이란 커피숍을 다시 찾았다. 그 때, 20살 조금 넘은 시절에 만나던 사람이랑 암묵적으로 나눠놓은 경계를 넘지 않다가, 내가 시간이 널널해지니 이런 식의 반칙도 할 수 있다는 것이 기쁘다. ㅋㅋ

이곳의 드립커피 맛은 크게 변한 것 같지 않다. 뭐, 나야 커피를 단순한 카페인과 당분의 보충수단으로 여기니, 사실 커피 맛 따위 구별하지 못하지만 말이다.

네트웍이 안되서 온라인으로 글을 쓰지 못한다는 것은 불편하지만, 어차피 모든 곳이 네트웍으로 연결되는 세상의 폐혜는 공각기동대에서 그 맛을 보고 매트릭스에서 그 끝을 봤으니, 이런 offline의 공간도 그리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물론 이 빌어먹을 초중량 노트북에 office가 안깔린 것은 조금 불편하다만.. 워드패드도 괜찮은데?)

국회 공성전은 한나라 길드의 일단 철수로 마무리 되어가는 것 같다. 뭐, 민주파티와 민노파티 등이 승리했느냐..라고 한다면 그건 아니라고 본다. 문제는, 한나라 길드의 당주가 과연 얼마나 자신의 길드원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가.. 였을 뿐이다.

즉, 국회 공성전의 타결은 협상의 결과도 아니고 김형오 겜마스터의 결단(고집?)도 아니고, 원혜영이나 심지어 강기갑 도사의 폭주 때문도 아닌, 단순히 한나라 길드 최대 주주, 박근혜 (숨겨진)당수의 "아우.. 품위 떨어져.." 발언이 발단이었을 것이다.

다 아시다 시피, 한국 정치판에 자신의 정치적 성향 혹은 이데올로기 때문에 당적을 유지하고 정책을 입안하는 인간은 거의 청량리에서 처녀 찾기 보다 어려운 것이라 본다. 이 작자들이 생각하는 것은 오로지 "일신의 안위"이다. 일단 4년의 시간을 벌어놓긴 했다만, 다음에도 해먹기 위해선 지금 지지율 30%, 그것도 그 30% 중에 절반은 다음 선거 전에 밥숟가락 놓을 노인네들과 지들이 졸업할때 일자리만 구할 수 있다면 허경영에게 표를 던질 아메바 수준의 대학생이란 걸 고려 할때, 내가 한나라당 국회의원이라면 겉으로는 MB에게 충성하지만 내심 차기 대권의 가장 강력한 후보인 박근혜(씨발!!)에게 줄 대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홍준표나 박희태가 아무리 떠들어도 항상 "한나라당 내부에서 조차.."라는 이견이 기어 나왔던 것일테고.

자, 그렇다면 우리가, 反MB 진영이 얻은 것은 무엇일까?

1. 먼저, 한겨레21의 표지와 같이 야당의 발견이다. 원혜영의 신사 이미지 손상 따위는 개나 줘버릴 이야기이고, 가장 중요한 것은 아직 민주당이란 일단의 무리가 아예 죽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 하겠다.

2. 한나라당은 거대 여당이라기 보다는 아직 연립여당에 가깝다는 것이다. 지금 정치판에 major player 중에, 보수주의자라고 할 만한 사람은 거의 이회창과, 보수주의를 넘어서 거의 민족주의/박정희 주의자에 가까운 박근혜 뿐이다. 이 두 사람은 최소한 정치적 철학(그것이 고양이 오줌 처럼 마냥 더러운 것이라도)을 토대로 움직인다. 나머지는 철학 따위 대학교 교양 시간 이후 생각도 안해본 돈과 권력의 해바라기 뿐이다. 그러니 저 둘은 무철학의 대표주의자, 거의 무소유의 철학을 두뇌로 실천 중인 현 정권과 계속 부딛힐 수 밖에 없다.

3. 강기갑은 다쳤다. 아마 박계동에게 rush를 감행하신 후 책상을 뒤집는 정도로 그친 그의 모습에 많은 사람이 실망했을 것이다. 내가 그 상황이었다면 아마 화재경보기라도 켜서 물벼락을 맞게 하든가, 소화기로 대가리라도 후려쳤을텐데, 하여간 이번 일로 인해서 한동안 계속 송사에 시달리실 것 같다. (지못미, 강달프님..)

주의할 것은 야당은 발견된 것이지, 아직 멸종 위기에 시달리는 희귀종이란 것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이들이 아직 군락을 이루고, 잘 보살피면 다시금 번성할 수 있을 것인지는 그들이 현재의 missing link를 계속 연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인지 그들 자신의 역량과 제정신 박힌 사람들의 지속적인 관심이다. 딴게 아니라 관심이다. 더 욕하고 후드려 패고, 침 뱉어줘야 한다. 그래야 저것들은 살아난다. 기본적으로 야당이란 잡초 같은 것이니까.

이만.

Posted by BReal'96
Breal'96의 세상 씹기2009. 1. 5. 17:27
지금 강남역 모 카페에서 무선 인터넷을 빌려 쓰고 있다. 여기 창가의 흡연석에서 보니, 건너편에 지오다노라는 홍콩산 중저가 옷가게가 보인다.

처음 런치 했을때는, 나름 괜찮은 품질의 옷을 꽤나 저렴한 가격에 제공해줘서 애용하던 가게 인데, 요즘은 장동건이나 장려원을 모델로 쓰며 포지셔닝 체인지를 꿈꾸는 듯 하다. 그것까진 내가 뭐라할 것이 아니다. 저것으로 먹고 사는 인간이 얼마나 많겠는가?

내 불만은 이거다.

난 181cm에 100kg 정도 나가는, "과도한 회식과 커피와 음주로 망가진 육체를 보존하고 계시던 직장인"이었다. 직장인의 고질병 지방간, 과체중을 넘어선 고도 비만, 허리 디스크와 VDT증후군등을 고루 가진, 대한민국 표준 직장인의 범주를 크게 넘어서지 않는 인간이었다. 뭐, 지금이야, 새로운 국가 표준 규격 백수지만 말이다. 근데,

옷을 살 수가 없다.

예전에는 105면 거의 딱 맞고, 110정도면 그래도 편안하게 입었는데, 그떄와 그리 변화가 없는 몸뚱아리를 유지함에도 이젠 옷 살 곳이 없다. 몇 안 남은 직수입 브랜드(브룩스 브라더스나 GAP..)이나 가야 옷이 맞는다. 제일 마음에 안 드는 곳이 바로 저 지오다노다. 예전에 샀던 지오다노의 옥스포드 셔츠는, 105사이즈가 아직도 맞는데, 요즘 나오는 "world without stranger"티셔츠는 이미 가슴에서 랩핑으로 변화 한다. 보통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자기들 옷이 "간지나는" 사람들만 입어서 보기 좋으라고 작은 사이즈를 고수한다는 것은 알았는데, 지오다노는 왜 그 지랄인가? 젠장. 어느새 fit되는 슬림라인만 넘쳐난다. 그러니 내가 나이 33에 아직도 힙합 브랜드의 옷을 입던가(사실 이것도 요즘은 힙합 스타일이 아니라 빅뱅 스타일로 나온다. 썅.) 아니면 아버지와 같은 브랜드의 옷을 사입어야 한다. =_=;;

사실, 내 몸뚱이가 죄악이다.. 라고 하신다면 뭐라 할 말은 없다. 어쩌겠는가? 기독교 교리에 따른다면 어차피 모두가 죄인인데, 뚱뚱한 죄정도 추가 되어도 지옥 안의 내 방에 변화는 없을테니 크게 신경은 쓰지 않는다. (저거 외에도 지은 죄는 이미 형법에 걸릴 것만도 부지기수다)

살은 빼지 않으면 40도 못 넘길 것이란 의사의 이야기를 존중하여 살 빼기를 지상과제로 삼고 있으니, 어쩌면, 잘하면 좀 빠지기도 하겠다만, 돼지가 아니다.라는 것으로 옷을 사입기도 쉽지 않으니, 별 수 없이 이태원 보세 가게나 뒤져봐야 겠다.

그리고, 지오다노 관계자 여러분. 모델을 장동건이 아니라 브래드 피트를 써도, 지오다노는 지오다노다. 적당히 해라. 그러니 유니클로에게 밀리는 것 아닌가.. GAP이 제정신 차린 가격으로 들어오면 어쩌려고 하냐?(GAP의 미친 국내 가격에 대해선 좀 더 자료를 모으고 씹어주마)

결론 : 썅. 돼지가 입을 옷도 만들어줘. 이상.
Posted by BReal'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