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 주저리'에 해당되는 글 98건

  1. 2011.03.28 물고기자리 사용설명서
  2. 2011.03.17 면접.
  3. 2011.03.17 일본을 응원한다.
  4. 2011.03.16 휴우....
  5. 2011.03.16 이것 저것.
  6. 2011.03.16 하루 13시간.
  7. 2011.03.15 도돌이표
  8. 2011.03.15 잠시의 망중한.
  9. 2011.03.13 일본 대지진.
  10. 2011.03.13 장난으로 던진 돌에 개구리가 죽는다...
주저리 주저리2011. 3. 28. 00:23

* 아네스의 블로그에서 보고 트랙백.. 

물고기자리(수호성:해왕성, 수호신:포세이돈, 2/20 ~ 3/20) 


제품명 : 물고기자리

제품의 특징

- 엄청난 공감능력과 위로능력으로
고객님들이 속상하실 때 항상 힘이 되어줄 것이며,
사람들을 잘 꿰뚫어보기에,
고객님들께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취급시 주의 사항

- 위로, 공감 능력이 최고인 제품입니다.
자사에서도 엄청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결책을 내는 일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으니,
그냥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위로, 공감 능력만 해도 어디입니까.)



- 이 제품은 도리어 자신이 힘들 때는 잘 털어놓지 않는 편입니다.
만약 이 제품이 고민을 털어놓는다면,
고객님과 엄청 친해졌다는 증거입니다.
(그럴 때는 자사의 '천칭자리', '물병자리' 제품과 떨어뜨려놔주시기 바랍니다.)

- 개인주의적이 면이 매우 강한 제품입니다.
사생활 간섭은 될 수 있으면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간섭하려 드는 순간 제품에게 한 마디 들을 수 있습니다.
"아무리 나를 샀다 해도 내 사생활에 간섭할 수는 없어요!
그럴 권리도 없구요!")

- 화는 잘 안 내지만,
예민한 구석이 있어 상당히 히스테릭한 제품입니다.
항상 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럴 때는 자사의 '사수자리' 제품과 떨어뜨려놔주시기 바랍니다.
'사수자리' 제품은 물고기의 화와 히스테릭을 돋우는데,
한몫하는 제품이라서 말입니다.)

-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열과 성을 다해 잘할 것입니다.
뒤에 가서 고객님께 마구 욕을 하더라도,
그냥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자기가 그게 좋다는 걸 어쩌겠습니까.
(싫으면 싫다는 표시를 하라고 가르쳐보려 했지만,
진땀만 뺐습니다.)

- 고집이 상당히 센 제품입니다.
가끔은 져주시고,
그냥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너무 원하는 일은 뒤에 가서 해버릴 수도 있거든요.)

- 눈물조절이 아주 원활하게 잘 되는 제품입니다.
자주 사용하지는 않을 테니 그냥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 힘들면 아예 숨어버려,
며칠이고 몇 달이고 안 나오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냥 놔두시기 바랍니다.
(저희 회사도 교육시켜 보려 하였으나,
화만 더 돋우고 말았습니다.
이 제품의 화를 돋운 뒤에 어떻게 되더라도,
절대 저희 회사의 책임이 아닙니다.)

- 악바리적인 구석이 있는데도,
다른 제품들과 경쟁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옆에서 경쟁심을 부추겨 주시기 바랍니다.
(저희 회사가 유독 이 제품에서만 적자가 안 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제발 도와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 단 음식을 무척 좋아하는 편입니다.
스트레스가 쌓였을 때 한번 실험해보시기 바랍니다.
(단, 조금 사주면 안 됩니다.
A모 초콜렛 가장 큰 걸로 한 봉지,
또는 혼자서 배~~라~~ 아이스크림 쿼터,
이 정도는 되야 할 겁니다.
통 크게 쏘시기 바랍니다.)

- 경제관념이 좀 없는 게 아닙니다.
그냥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원래 돈보다 
다른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별도 주의 사항

- 환불 및 교환 의외로 가능합니다.
마음이 여리긴 합니다.
하지만 고객님이 제품이 마음에 안 드실 경우,
너와 나는 인연이 아닌 것 같구나.
미안하다.
하고 충분히 제품과 좋게 상의하시면,
이루어질 확률이 높습니다.
(단 제품이 고객님이 마음에 안 든다면,
더 성심성의껏 잘해줄 수도 있습니다.
알아서 눈치 채시기 바랍니다.
쉽지는 않으시겠지만 말입니다.)

- 다른 나라 언어로 된 사용설명서는 없으니,
필요하시면 직접 번역하시기 바랍니다.

- 자사 연락처나 홈페이지 같은 것은 애초에 없사오니,
잘못되더라도 연락할 생각은 꿈에도 꾸지 마시길 바랍니다.
(이미 주의 사항은 다 드렸습니다.)

- 그 외에 나타나는 다른 이상한 징후들은,
고객님께 길들여진 징후들이라 생각하고,
어떻게든 연락이 닿더라도 저희는 책임지지 않습니다.

- 환불이나 교환을 했을 때 이 제품을 다시 팔 수 있도록,
상처를 입히거나 하지 마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상처 입으면 회복하는 데 많은 공을 들여야 하는 제품들입니다.

- 위처럼 주의사항을 드렸는데도 불구하고,
상해를 입은 제품들이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저희 회사에 돈이라도 대주실 게 아니시거든,
제발 그런 짓은 자제해주시기 바랍니다.
(솔직히 고객님께서 그렇게 상처 입으시면 좋겠습니까?) 


* 이 제품은 거의 죽을 때까지 영구하오니,
너무 혹사만 시키지 마시고 잘 알아서 쓰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Posted by BReal'96
주저리 주저리2011. 3. 17. 18:42
팀원 중에 빈 자리 하나를 채워야 한다. 그래서 오늘 면접을 봤다. 

대상자는 3명.

집에서 곱게 자란 듯한 국내 대기업 직원, 또 역시 자신만만 자기 길을 걸어온 즉시 전력감 외국계 중견.

그리고 어렵고 힘들게 버티며 지내왔을 듯한 vendor employee 출신의 한 명.

서로 이유는 다르지만, 나나 내 매니저나 같은 선택을 했다.

우린 용병 뽑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선이 고운 친구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뭐, 아직 Exec. 인터뷰의 결과를 기다려야 하지만,

잘 버텨라, 김군.

여태 당신이 걸어온 길에 비하면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

오늘(3월24일), 연봉계약서에 사인하고 갔다고 한다. 4월 18일 출근. 

Welcome to the jungle, 김대리야.  
 
Posted by BReal'96
주저리 주저리2011. 3. 17. 10:31
난 친일파에 가깝다. 

그만큼, 일본이란 국가 내놓는 상품들을 좋아하고, 같이 일했던 몇몇 일본인들의 성실함과 예의바름, 진지함을 좋아한다. 

몇몇 우리 신문에서 일본의 신화가 깨졌네 어쩌네 하면서 변죽을 울리는데,

솔직히 말하자.

진도 9.0짜리 지진이 한국에서 일어났다면, 재건이고 뭐고, 복구고 구조고 다 소용없다. 

그냥 국가가 소멸했을꺼다.

그나마, 강한 나라, 강한 사람들이니 묵묵히 버티고 있는 것이다.

후쿠시마에 남아있는 181명의 작업원들, 정년을 2달 남기고 자원해서 그곳으로 달려간 늙은 엔지니어,

6일을 길 위에서, 제대로 배급도 받지 못하며 버티어도 묵묵히 견뎌내는 그들에게

지금은 응원과 도움이 필요하다.

다시 한 번,

 ガンバレ, ニッポン!
Posted by BReal'96
주저리 주저리2011. 3. 16. 17:58
한 숨 돌렸다. 

분기 마감이란 것, 오랜만에 해보니 꽤나 고단하다. 게다가 막판에 숫자 빠지는, 영업관리로서는 제발 피하고 싶은 현실도 마주했고 말이다.

이래저래 몸이 고단한 것이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다른 생각 없이 그냥 일에만 매달려도 될만큼 힘들지는 않으니, 아직은 불행같다. 조금 더 막 굴려서 더 지치게 해볼까 싶기도 하고.

잠시 담배 피우러 나갔던 야외에는, 3월 중순을 지나는 달력이 민망하게 슬쩍 눈발이 날렸다. 옆에 있던 같은 처지의 흡연자가, 다시 겨울로 돌아가려나보다고 웃었고, 난 그럴 바엔 1살 젊게 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하지만, 이쯤의 추위는 지난 겨울의 잔해라기 보다는, 다가올 올 겨울의 예고편처럼 느껴진다.
덕분에 1년 더 늙어버린 기분.

드디어 10잔을 넘긴 커피의 영향인지 속이 뒤틀린다.
잠시 쉬자.
어차피 오늘도 11시 퇴근이다.  
Posted by BReal'96
주저리 주저리2011. 3. 16. 13:55
1. 
기분이건 정신상태건 상관 없이, 소화기관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어쨋든 꾸역꾸역 밥은 먹게 되는 모양이다. 
요 며칠 같은 기분이면 한동안 아무 것도 안 먹고 커피만 줄창 퍼마셔야 정상이지만,
그런 내색하기 싫은 두 공간의 틈에선 빠져나갈 구멍이 보이지 않는다.

 2. 
난 거짓말을 잘한다. 가끔은 내가 뱉은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당장 나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하기도 한다.
그래도, 절대로 장난으로라도 이야기 하지 않는 것이 있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 누군가를 마음에 두고 있다는 말은 어떤 달콤함이 기다리고 있어도 거짓으론 못하겠다. 
그것까지 장난스레, 거짓으로 말하게 된다면 내 껍데기가 무너져 버릴지 모른다는 무서움 때문인지. 
그건 못하겠다. 

3. 
그럼. 그냥 섹스를 원할땐 어떻게 하냐고?
"할까?" 
라고 물어본다. 

4. 
아침에는 꽤나 쌀쌀하더니, 이내 추위라는 녀석이 사그라드는 오후. 
피식, 이 놈 조루였구나. 
하긴, 아직도 절정의 지속력..을 자랑한다면 달력이 사기꾼이 될테지.

5. 
몇 자 끄적이다 보니, 트위터를 200자로 늘리겠다고 하던 가카의 말씀이 생각난다. 
그거 의외로 괜찮을지 모르겠다. 
사실, 140자 좀 짧잖아? 후후훗. 


 
Posted by BReal'96
주저리 주저리2011. 3. 16. 10:56
이직 후, 특히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한 지난 주 이후, 일 평균 근무가 13시간이 좀 넘는 듯 하다. 왜 그런지 생각해본 후, 간단한 이유를 찾아냈다.

난 60% rule을 믿는다. 즉, 업무시간에 "일을 했다"라고 분류 가능한 시간이 60%라면, 그 사람은 실제로 100%의 일을 하는 것이다, 라고 믿고 있다. 사람의 업무효율이란 것은 딱 그정도 수준일테니 말이다.

헌데, 실제 R&R이 8시간의 워킹아워를 요구한다면, 결국 최소 13시간은 일하고 있어야 그것을 충족시킬 수 있기에, 현재 나의 근로시간은 전혀 열심히 하는 수준이 아닌 것이다.

...라고 해봤자, 결국 슬램덩크에서 준호가 정대만에 대해 이야기한 것과 비슷한 자기위안일지 모르겠다. 가장 빛났다고 믿는 한 순간을 자신의 기준으로 삼아 난 아직 더 할 수 있다.. 라는 모르핀을 집어삼키는 중일지도.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Posted by BReal'96
주저리 주저리2011. 3. 15. 21:30
항상 그랬다. 

내 학습능력은 무한히 0에 수렴한다.  
Posted by BReal'96
주저리 주저리2011. 3. 15. 11:13
APJ에 보낸 메일의 답이 오기를 기다리며 멍청하니 창 밖을 바라보고 있다. 

창밖 가득 콘크리트와 소음이 가득찬 세상에 산다는 것이 얼마나 지루한 것인지 절감하는 요즘

차라리 메일함에 수십통씩 쌓이는 읽지 않을 메일과, 내가 보낸 내딴엔 열심히 적어댄 열등한 메일이 읽히길 바라는 것 사이의
간극은 무엇인가 살짝 고민해본다.

며칠 동안 손톱과 손톱 근처의 거스름? 굳은 살을 괴롭혔더니 여기 저기 상처투성이가 된 내 손은, 그래도 내 몸에서
가장 많은 사람을, 가장 많은 것을 어루만져본 내 기억의 입구일텐데, 어떻게 하면 이 녀석을 더 사랑해줄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바보같은 순간.

내 책상 위에 놓인 456만개의 점은 아직 내가 원하는 것을 그려주지 않는다.

뭔가 주어진 환경에, 처한 입장에 열심히 살아낼수록 내가 그리던 삶에서 멀어지는 기분이지만, 
어쩌겠어?
그냥 가는거지.

한적한 동네에서 한적한 음악과 달콤한 커피 한 잔이 그리운 오전.

건강하길.  
Posted by BReal'96
주저리 주저리2011. 3. 13. 22:03
살아남아라. 

이겨내라. 

그리고 다시 일어서라. 

**

내가 일본이란 국가가, 아니, 일본열도라는 지리적 공간 내에서 생활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 참혹한 현실을 딛고 일어서길 바라는 이유는 조금 단순하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서, 일본이란 나라가 저 지진의 폭력을 견뎌내지 못한다면, 
그건 인류 전체의 패배일 것이기 때문이다. 

힘내라. 

がんばる!! 日本!!
Posted by BReal'96
주저리 주저리2011. 3. 13. 12:39
라고 해도, 내가 던진 공은 보통 내 머리 위로 곧바로 날아갔다가 결국 내 정수리에 꽂혔던 것 같다.

지금 던진 공이 과연 올라가는 중인지, 내려오는 중인지. 

이번에도 과연 내 머리 끝에 하나의 비석을 더 세우게 될 것인지. 

작은 바, 뭐라 정의하긴 힘들지만, 꽤나 입에 달았던 술 한 잔. 

먼 곳을 보는 눈. 낡은 음악. 무심한 주인장. 

뭔가 전형적이지만, 결국 그런 속에서 사는 것일테지. 


Posted by BReal'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