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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식쟁이의 IT두리번2010. 5. 14. 13:23
*들어가며 : 난 티맥스소프트를 혐오한다. 지난 글 (1)  을 봐도 그렇다. 

한동안 한국 소프트웨어 산업의 희망처럼 떠받들어지던 티맥스소프트가 결국 회사의 새 주인을 찾게 된 모양이다. 

관련기사 : "티맥스소프트, 결국 매각 추진" http://www.kbench.com/digital/?no=84120

한때는 미들웨어를 넘어 DBMS 시장, 게다가 OS 시장까지 석권하겠노라 큰소리 치던, 이 전형적인 공밀레 기업이 이토록 망가진 까닭은 무엇일까?

무엇이긴. 경영진과 주인장의 무능, 탐욕, 무식 등이 합쳐진 결과지. 

난, 티맥스소프트가 이렇게 빨리 성장했던 근저에는 크게 2가지 요인이 있다고 보고 있다. 

1. 국내 공공기관 및 공기업의 국산품 구매 조항
2006년 부터 정부는 정책적으로 SW제품의 국산화 비율을 높이는 것을 장기 정책 과제로 삼아 추진해왔다. 이 과정에서 알게 모르게 RFP에 박혀 나오던 부분이, 국산 제품으로 대체 가능하면 그걸로 가겠다.. 라는 암묵적 동의다. 그럼 어떤 것을 사볼까?
PC건 서버건 OS는 논의 밖이다. 다른 것을 살 생각도 없으니까. 어차피 외산. 그럼 미들웨어와 어플리케이션 프로그램인데, DBMS는 쓸만한게 없다. 더존 등이 내놓은 ERP제품도 많이 쓰이지만, 외산 제품과 궁합이 잘 맞을까..라는 생각과 왠지 중소기업용이잖아? 라는 선입견이 끼어든다. 그럼 미들웨어와 오피스웨어, 그리고 보안 프로그램 등등.. 이 남게 된다. 

그래서 미들웨어는 티맥스가, 오피스웨어는 어떻게든 한컴이, 그리고 보안프로그램 등은 개나 소나 만드는 ActiveX 떡칠이 된 것이다. 이걸 최대한, 그것도 비싸게 사줘야 구매총액 중 몇 % 라는 정책 과제를 따라갈 수 있으니까. =_=; 훌륭한 작자들이다. 

결국, 앞에 정부라는 커다란 방패막이를 세워두고, 그 뒤에서 지들끼리 떡고물 챙기고 있던 것이 국내 대형 SW업체, 그 중에도 특히 티맥스소프트의 최고 경쟁력 중 하나 였다. DB, 웹, 미들웨어 사는데, DB는 오라클, 웹은 MS이니 그냥 미들웨어는 티맥스 줄 수 밖에. 땅집고 헤엄치기. 그렇게 쌓은 실적으로 민수 시장에 달려든 티맥스의 힘은..

2. 고객이 원하는 것은 뭐든지 다 해준다. 
분명, SW라는 것은 무슨 원소 단위의 코드가 뭉쳐서 작용하는 신비한 기제가 아니다. 이것들도 다 나름의 방법론과 룰이 있고, 최소한 여기는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는 약속이 존재한다. 코드의 종족특성이랄까? 그런데, 국내에 들어온 대부분의 SW회사가 국내 소비자의 "customization" 요구를 맞춰주지 않는다. 뭐, 그 이면에는, 같은 SW를 쓰더라도 뭔가 경쟁사나, 옆 회사와는 다른 모습을 만들어서 보여줘야 하고,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인정되는 결과물 보다는 그때 그때 사주와 경영자의 취향에 내키는 대로의 결과물을 요구하는 것의 결합이란 우스운 문제가 있긴하지만, 궁극적으로 국내에 있는 외산 SW 업체들이 고객에게 맞춰서 특화시키는 것을 잘 안하는 이유는, "할 줄 몰라서" + "하지 말래서" 이다. 

할줄 몰라서는 간단하다. 대부분 벤더에는 그냥 영업사원과 아키텍춰 수준의 인력만 있지, 실제 구축, 유지정비는 3rd파티를 이용하는 국내 SW 영업 구조에서 섯불리 OK 싸인을 낼 수가 없다. 일단 총판에 물어보고, 인력도 따져보고, 피같은 GP에서 총판에게 돈 줘도 되는지 사내에도 물어봐야 하고.. 이 짓을 하느니 그냥 "안된다"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 말래서는 더 간단하다. 본사에서 하지 말라는 것이다. 조금 다른 예이지만, 내가 x86서버를 팔 때의 일이다. 솔직히 레퍼런스 보드에 인텔 칩셋이 박혀있는 서버에 같은 규격이면 뭔 메모리를 쓰던 아무 문제 없다. 그런데 그렇게 말을 못한다. 매출의 문제 때문이 아니라, 그렇다 걸리면 AS를 못해준다. 왜 못해주냐면, 본사에서 그렇게 써도 된다 라고 인정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냥 섯불리 해줬다가 만일에 감사에서라도 걸리면 내 목이 달아날지도 모른다. 이미 commodity사 되어버린 서버에서도 이러는데, SW에선 오죽 할까. 괜히 UI 조금 바꿨다가 그 "새로운 제품"에 대한 지원을 취소당하고, 해당 개발자는 "회사의 지적 자산에 맘대로 손댄 죄"로 두들겨 터질지도 모르는데. 안해안해. 우린 못해 소리가 절로 나오게 된다. 

그런데 티맥스는 해줬다. 공공에서 벌어드리는 꽤나 괜찮은 GP에, 이래 저래 넘쳐드는 투자금. 그리고 그깟 코드 한 일주일 밤새 쓰면 새로 짜겠다..라고 생각하는 훌륭한 박모씨의 힘이었다. 그리고, 공돌이를 갈아넣는다. 월화수목금금금이건, 1년 364일 근무건 그걸 당연히 여기는 박모씨는, 그걸 자신들의 경쟁력이라고 생각했다. 실제 모 제안 현장에선 티맥스가 공공연히 "우리는 고객이 원하는대로 다 해드린다. 뭐든 말씀만 하시라" 라고 주장했고, 같이 들어갔던 타 외국계 SW사들은 GG치고 나온 경우도 봤다. 

이렇게 승승장구하던 티맥스에 암운이 닥친 것은, 대규모의 공공 발주 사업이 정체된 이후 같다. 더 이상 현금이 돌지 않는다. 새로운 프로젝트라고 이것저것 벌려놨지만, 이미 그냥 인신공양으로 떡을 바라기엔 너무나 무리한 프로젝트고, 제품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 없는 수준에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연이어 터진 박모씨의 폭언들. 슬슬 사람들은 "저거 너무 막가는데.." "미친거 아냐?"라는 생각이 자리 잡았고, "들어가면 죽어 나온다"라는 소문에 고급인력들은 당연히 티맥스를 거들떠 보지 않게 되었다. 자, 이제 갈아넣을 공돌이도 못구하겠고, 돈도 못 벌고 있으니 다른 OS를 건드려보자.. 라는 생각에 DBMS와 OS에도 손을 대지만, 티맥스의 시장은 전체 SW 구매액 중 국내산 SW 포션이다. 그리고 그 대충 정해진 %를 OS나 DBMS로 빼는 순간, 근간인 미들웨어가 흔들린다. OS나 DBMS를 국산을 사면 미들웨어르 굳이 국산 안사도 될 듯 하니 말이다. 

즉, 공공에서 꽁으로 벌어서 민수에서 질러먹고 공돌이를 갏아넣던 회사가, 공공에서 돈이 안나오고, 갈아넣을 제물을 못 구하니 질러먹을수도, 하던대로 다 해주겠노라 큰소리 칠 수도 없는 상황이 된 것 이다. 

그렇게 그렇게 해서 이젠 회사를 팔아치워야 하는 순서에 다다른 듯 하다. 근데, 누가 살지 모르겠다. 현재 남은 인력을 사는 것일텐데, 얼마나 구미가 당기는 이들이 남았을까.. 이미 쓸만한 resource는 다 빼간 것 아닐까 하는 궁금증만 더해진다. 

뭐, 이 나라의 일자리 1000개가 이렇게 사라질지도 모른다니 갑갑하고 슬프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계속 갈 수 없는 구조였던 것이다. 근본적으로...

이만. 

한 줄 요약  : 이게 다 박대연 때문이다. 


Posted by BReal'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