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eal'96의 세상 씹기2009. 6. 23. 09:44
깜짝 놀랄 정도로 현재의 대한민국에 아무런 불만이 없는 사람을 만날 때가 있다.

그들은 꽤나 많이 배운 넉넉한 사람인 경우도 있고, 그리 배움의 기회를 많이 가지지 못한 이들인 경우도 있다.

뭐, 도대체 왜 택시 기사가 이명박을 지지하는가..등의 의문은 결코 해결될 수 없는 문제이기에 접어두더라도,

꽤나 배우고 읽은 사람들 조차 무관심한 것에 절망하곤 한다.

"꽤나 많이 배운 넉넉한 사람"이 현 상황에 무감각하거나, 혹은 Cool한 척 하려는 것은 내가 보기엔 단 한가지 이유이다.

이 사람들은 자신들이 "그들"이라고 믿는다. 현 정권이 챙기는, 현 정권의 정책에서 뭔가 얻을 것이 있는 "그들"

장담컨데,

내가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그 어떤 사람도, 그리고 이 블로그에 드나드는 그 어떤 사람도

"그들"일 수 없다.
 
그저 속고 있을 뿐이다.

"당신은 중산층이다. 당신은 안정을 원한다. 그러니 길 안 막히고, 덜 시끄러우면 그걸로 OK"

다시 생각해보자.

지금 내 주변의 표준적인 친구들의 profile은 대충 이렇다.

"대기업 혹은 금융회사의 대리, 혹은 과장 초년. 연봉 4000만원 조금 넘는 정도, 먹고 사는데 이상 없음"

이건 "쌀밥 먹는 노예"다.

선배나 직장 상사였던 이들의 Max. 는 이렇다.

"대기업, 혹은 금융회사의 실장, 이사, 막내 임원, 연봉은 8000만원~1억 조금 넘는 정도. 자기 집 소유"

잘봐줘야 "쌀밥에 장조림 먹는 노예, 혹은 농노"다.

남들이 피죽 먹을때, 당신의 상 위에는 쌀밥과 약간의 고기 조각이 올라온다 하더라도, 결국은 노예라는 신분은 변하지 않는다.

소자본가라고 해도 다를 바 없다.

작은 사업이라고 하고 있는 입장이지만, 매달 월급날이면 심근경색이 닥치고, 각종 세금에 넘치는 무슨 조사에.. 무엇보다 갑에게.

그저 잘 봐줘야 노가다판 십장이나 다를 바 없다. 소작농이다.

자수성가의 꿈, 그리고 맨손에서 뭔가를 이뤄낸 기억에 사로잡힌 우리의 부모와 선배들은, 그 방식이 우리세대에게도 통용되리라 믿었고, 그러한 분위기에서 우리 또한 일정 부분 그런 생각을 하며 살고 있다.

틀렸다.

자수성가란 단어는 이제 한때 그런 "아주 아주 특이한 돌연변이"가 있었다고 추억할 만한 광고문구일 뿐이다.

물론, 0.000001%의 빈도라도, 지금도 그런 돌연변이가 나타나곤 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그 돌연변이를 겪을 수 있을 것이라 믿으며 산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솔직해져야 한다.

우린 지금 자본의 노예다.

노예 해방까지 바란다면, 그건 너무 큰 욕심이고 너무 큰 Risk이다.

신분의 종속을 최소한 대등한 계약 관계로 복원시킬 수 만 있다면,

그것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 정권이 생각하는 "그들"은 결코 우리 같은 나부랭이가 아니다.

그들은 우리 스스로 생각한 것보다 훨씬 폐쇄적인 Inner Circle이다. 

우리가 꿈꿔야 하는 것은 "그들"에의 편입이 아니라, "그들"과 맞써 우리의 정당한 권리를 되찾는 것이다.  

Posted by BReal'96
Breal'96의 세상 씹기2009. 6. 23. 09:28
몇 살 먹지도 않은 주제에,

요즘 나보다 젊은 사람들을 보면서 참 많이 다르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혈기 없음, 생각 없음, 스타일 없음

이라는 3무 정신으로 내겐 각인 찍힌 요즘 친구들은 10년 전의 나와 어떻게 다른 것일까?

딱 하나다. 요즘 친구들은 "준비"를 한다.
96년에 대학에 들어가고, 처음으로 산 책은 칼 포퍼의 열린 사회와 그 적들 이었다. 읽고 싶은 책이었고, 선배들이 권해준 책이기도 했다. 교과서는 대부분 복사나 제본으로 사거나, 혹은 교수의 안락한 노후 보장용 쓰레기를 사게 되었지만, "사회 과학 서적"이라고 불린 책들은 꽤나 열심히 읽었다..라고 믿고 있다. 사실, 학부 4년 동안 경제학, 경영학을 전공하면서, 경영학 서적 중에 기억에 남는 책은? 이라고 물으면 대답할 만한 책이 리 아이아코카와 마쓰시다 고노스케의 자서전 뿐이었다. 경제학 서적? 국부론, 자본론, 일반이론. 세 권이 전부다.
요즘 친구들은 시험 준비에, 취업 준비에 자격증 준비에 여념이 없다. 고서를 읽을 시간도, 사회에 눈 돌린 틈도 없다. 글로벌 경제 위기라는 괴물을 맞이하고도, 어떻게 이 문제에서 자신은 비껴갈 수 있을까에 대해서 남들이 어떻게 이야기 하는지를 외운다. 왜 이런 위기가 왔는가, 근원적으로 자본주의라는 system이 인간이란 몹쓸 괴물의 손아귀에서 어떻게 그 당사자를 죽일 수 있는가는 생각할 겨를이 없다. 생각하더라도, 그래서 어쩌라고.. 이다. 그런 의견은 시험에 안나온다. 시험에 안 나오니 그들에겐 도움이 안되는 정보일 뿐이다.

이 친구들이 내가 젊었을 때보다 생각이 없느냐.. 고 묻는다면, 절대로 아니라고 답하겠다. 생각의 방향이 다를 뿐이다. 그리고, 그 방향의 종착점이, 그 잘난 월급쟁이나 공무원이 되는 것이란 것이 안타깝고, 마음에 들지 않을 따름이다.
 
맞다. 어차피 노예로 사는 것이 현대 자본주의가 그 Inner Circle에 들지 못한 이들에게 기대하고, 제시하는 단 하나의 것이다.
그러나, 쿤타킨테로 살 것인가, 마당쇠로 살 것인가는 노예 개개인의 선택이다.

한가지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처음으로 맞이한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에서 그들이 처음으로 빠져든 것은, 좋은 방향이든 그렇지 않든 평생 그들의 지향점을 고착시킨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쉽다.


Posted by BReal'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