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 주저리2009. 12. 9. 21:35
난 본능적으로 "르네상스적인 천재" 캐릭터에 엄청난 호감을 느낀다. 

척척박사 증후군이랄까...

전의 포스트에서 언급했던 세 명의 94학번들도, 어쩌면 그런 의미에서 시기심과 존경심이 가득한채 어설픈 흉내를 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대학에 처음 들어갔을때, 지방에서 올라온 내겐 여긴 굉장히 신기한 장소 였다. 일단 전국 방방곡곡의 다양한 인간들이 모여있으니 그랬겠으나, 또한 내가 다녔던 학교의 특성인지도 모르겠다. 꽤나 희안한 군상들이 이런저런 다른 이유로 다니고 있었으니..

그때, 나보다 훨씬 많은 경험과 생각을 가진 주변 사람들, 아니 많다기 보다는 나와는 다른 그것들을 가진 이들에게 부러움을 느끼며 다짐한 것이 있다. 

내 주변의 사람들과 어떤 주제라도 10분은 이야기 할 수 있도록 준비하자. 

얄팍하기 그지 없는 것들로 부족한 머릿속을 열심히 채웠다. 그에는 위의 저 3인방에게 멍청하게 보이기 싫었다는 점도 있다. 특히 버러지 선배에겐, 괜히 지기 싫은게 있었다. 뭐, 그 얄팍함이 너무 티나는 관계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미숙한 녀석으로 인식되게 되어버렸으나.. 말이다.

다시 취업이란 것을 준비하면서, 정말 가진 것이 없구나.. 정말 지독하게 얕구나.. 하는 좌절이 몸을 감싼다. 

슬픈 일이다. 그리고.. 사실 지금 어떻게 뭘 해야 할 지 영 감이 안 잡힌다. 

어떤 것이 답일까. 모르겠다. 

일단 한 두달 백수로 지내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각오는 하고 있다. 집도 절도 돈도 없는 상황에서 내 아내와 내 아기에게 또 죄를 짓게 되는 셈이다. 부모님에게도. 

IBM에서 일을 하며 가장 행복했던 점은, 하나의 사업에 대한 leadership을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실제의 역량이든 아니든 간에, 그런 힘은 생각보다 엄청난 자신감을 불어넣어주었고, 또 위에 이야기한 내 성향과 많이 맞았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남자들에게 지나간 연애는 모두 아름답게 기억되듯, 그저 지나간 일들을 과거라는 patch로 행복하게 포장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대학시절의 3인방처럼, 취업할때 IBM에서 일하면 난 엄청나게 똑똑한 인물이 될지도.. 라는 생각을 품게 했던 이는, 이제 다른 직장에서 그에게 훨씬 더 어울리는 것으로 보이는 일을 하며 최소한 내가 보기엔 아주 멋지게 살고 있다. 부럽다. 꽤나 많이. 

결국 이래 저래 푸념이다. 

손 끝이 차다. 

술 한 잔이 그립다. 


Posted by BReal'96
변태 버러지 차장님께서 새로 집을 꾸려 나가셨다.

세입자 주제에, 아직 전출 신고도 하지 않은 탓에 오늘 구글링 하다 알게 되었다.

괜찮은 음반 이야기와 음악에 뭍혀 사는 변태 직장인의 삶이 조금이라도 궁금하시거나,

혹은 "아, 그래! 저 새끼도 사는데!!"라고 인생의 위안을 찾고 싶으신 분은 아래의 link로 가시면 되겠다.

http://bsnah.tistory.com/

Good Luck!
Posted by BReal'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