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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al'96의 세상 씹기2009. 6. 23. 09:28
몇 살 먹지도 않은 주제에,

요즘 나보다 젊은 사람들을 보면서 참 많이 다르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혈기 없음, 생각 없음, 스타일 없음

이라는 3무 정신으로 내겐 각인 찍힌 요즘 친구들은 10년 전의 나와 어떻게 다른 것일까?

딱 하나다. 요즘 친구들은 "준비"를 한다.
96년에 대학에 들어가고, 처음으로 산 책은 칼 포퍼의 열린 사회와 그 적들 이었다. 읽고 싶은 책이었고, 선배들이 권해준 책이기도 했다. 교과서는 대부분 복사나 제본으로 사거나, 혹은 교수의 안락한 노후 보장용 쓰레기를 사게 되었지만, "사회 과학 서적"이라고 불린 책들은 꽤나 열심히 읽었다..라고 믿고 있다. 사실, 학부 4년 동안 경제학, 경영학을 전공하면서, 경영학 서적 중에 기억에 남는 책은? 이라고 물으면 대답할 만한 책이 리 아이아코카와 마쓰시다 고노스케의 자서전 뿐이었다. 경제학 서적? 국부론, 자본론, 일반이론. 세 권이 전부다.
요즘 친구들은 시험 준비에, 취업 준비에 자격증 준비에 여념이 없다. 고서를 읽을 시간도, 사회에 눈 돌린 틈도 없다. 글로벌 경제 위기라는 괴물을 맞이하고도, 어떻게 이 문제에서 자신은 비껴갈 수 있을까에 대해서 남들이 어떻게 이야기 하는지를 외운다. 왜 이런 위기가 왔는가, 근원적으로 자본주의라는 system이 인간이란 몹쓸 괴물의 손아귀에서 어떻게 그 당사자를 죽일 수 있는가는 생각할 겨를이 없다. 생각하더라도, 그래서 어쩌라고.. 이다. 그런 의견은 시험에 안나온다. 시험에 안 나오니 그들에겐 도움이 안되는 정보일 뿐이다.

이 친구들이 내가 젊었을 때보다 생각이 없느냐.. 고 묻는다면, 절대로 아니라고 답하겠다. 생각의 방향이 다를 뿐이다. 그리고, 그 방향의 종착점이, 그 잘난 월급쟁이나 공무원이 되는 것이란 것이 안타깝고, 마음에 들지 않을 따름이다.
 
맞다. 어차피 노예로 사는 것이 현대 자본주의가 그 Inner Circle에 들지 못한 이들에게 기대하고, 제시하는 단 하나의 것이다.
그러나, 쿤타킨테로 살 것인가, 마당쇠로 살 것인가는 노예 개개인의 선택이다.

한가지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처음으로 맞이한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에서 그들이 처음으로 빠져든 것은, 좋은 방향이든 그렇지 않든 평생 그들의 지향점을 고착시킨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쉽다.


Posted by BReal'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