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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1.04 직장 생활 잘하는 사람 5
Breal'96의 세상 씹기2010. 1. 4. 13:12
그 친구, 혹은 그 새끼, 직장 생활 참 잘해.. 라는 말을 종종 하거나, 듣게 된다.

보통 2가지 경우에 똑같은 의미로 쓰이는 말인데, 다음의 의미인 듯 하다.

1. 직장(조직)이 바라는 바에 충실한 employee.

2. 직장(조직)을 통해 개인적으로 참 잘 사는 person.

1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A라는 사람이 있다. 이 친구는 회사에서 월급 주고 하라는 일을 참 기똥차게 잘해낸다. 게다가 오지랍도 넓어서 주변 사람들이 답답해 하는 업무나 난항에 빠진 일에 대한 조언도 잘하고 , 가끔 그들의 일을 대신 나눠서 처리 하기도 한다. 야근은 일상이고, 철야는 옵션이며, 경기도 어려운데 회사에 부담주기 싫다면서 야근 수당 따위 청구도 잘 안하고, 자신의 직장이 성장해야 자신의 기회도 많아지고 스스로도 성장할 수 있다고 믿으며 살신성업의 자세로 열심히 뛴다. 다른 회사가 존재한다는 것은 이 회사 입사 이후 잊은지 오래. 여기가 나의 미래다.

집에선 아이가 아빠/엄마 얼굴을 까먹고 남편 혹은 부인은 혼자 지키는 삶과 가정을 버거워하고, 건강은 점점 축나서 건강 검진 때마다 지방간과 디스크와 고혈압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조금 머리커진 아이가 "나에게 해준 것이 뭐있냐!"고 반항하는 것에 할 말을 잃고, 배우자가 자신에게 하는 말은 "오늘도 늦어?" 정도라는 것을 깨닫는다. 무너지는 가정에 대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좀 더 열심히 일하고 승진하고 연봉 인상 되어서 더 윤택한 경제적 배경을 제공하는 것이 전부라는 믿음 하에 더욱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비비면서, 자신의 이런 노고를 몰라주는 가족에게 조금은 서운한 감정을 가지게 된다.

회사에선 열심히 일하는 친구로 소문이 나지만, 점점 어두워지는 안색과 얼굴 가득한 다크서클로 인해 사람들이 슬슬 걱정을 하는 척한다. "이것만 끝내고 일찍 가서 쉬게나"라며 5시 45분 쯤 일을 던지는 매니저의 배려?에 고마워하지만, 어쨰 전에는 도와준다고 생각하던 다른 동료들의 업무가 당연스레 자기 업무로 자리매김 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점차 "그 친구는 얄심히 하는데 발전이 없어"라는 상사들의 평가가 입을 타고 전해진다.

결국, 배우자는 이혼을 선고 하고, 머리 큰 자식은 등록금이나 내달라며 아무 말 없이 고지서만 디민다. 오늘도 불꺼진 오피스텔에 문을 열고 들어가니 새벽 3시. 이젠 폭탄주 돌리다간 내가 먼저 터지겠구나.. 라는 생각에 잠시 눈 붙이고 샤워 후 다시 출근한 그의 책상에는 해고 통지서와 함께 빈 박스가 놓여 있다. 쓸쓸하게 돌아간 방구석. 보일러를 켤까 하던 눈 앞이 잠시 흐려진다. 눈을 떠보니 눈 앞에 재판대가 보인다. 가정을 지키지 못한 죄. 지옥행이다. 불구덩이에 들어가기 전에 잠시 들러본 자신의 장례식장. 어제 까지 "A부장, 이것 좀 도와주지?" 라던 동료들, 포커판에서 오징어 씹으며 "그러게 그렇게 살아서 뭐해. 멍청한 자식.."하며 킬킬 거리는 소리가 귀에 남는다.

2의 경우는 어떨까?

B에게 회사란 자신의 노동을 구매해주는 구매자 이상은 아니다. 영업과 마케팅, 홍보라는 명제에 충실한 그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의 인사고과와 연결된 업무에서 내년도 연봉인상과 일자리를 지켜줄 성적을 거두고, 그것을 잘 포장할 건수만 좀 건지면 그것으로 만고 떙이다. 회사가 자신에게 제공할 수 있는 모든 금전적 대가는 만사를 제쳐두고 최대한 찾아먹고, 가족 외식은 고객사 근처에서 진행함은 당연한 일이다. 조금만 몸이 불편하면 병가를 사용하고, 야근은 당연히 1.5배의 수당과 함께, 필요하다고 해도 최소한으로 진행한다. 진단서가 첨부되는 질환의증은 당연히 진단서 첨부로 한 두달 유급 병가를 사용한다. 내가 하는 일은 하라고 월급 주는 일 뿐. 주변에 자신의 일에 버벅대는 동료는 그저 자신의 base로 깔릴 고마울 존재 일 뿐. 저러다 튕겨 나가 그 일이 나에게 떨어지면 곤란하니 가끔 커피나 사주며 씨바 나도 졸라 힘들다고 맞장구 좀 쳐둔다. 매니저에겐 끊임 없이 자신이 헤드헌터에게 얼마 짜리 job을 오퍼 받았는지 상기 시키며 자신의 가치를 뻥튀기 한다.

칼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가족과 아이들이 반겨준다. 배우자와의 관계도 돈독하고, 떄때로 출장길에 서로 동반하며 숙박 요금을 최소화 한다. 어차피 더블이나 싱글이나 방값은 거기거 거기다. 집에 일찍 와서 자기와 놀아주고, 숙제도 도와주는 부모가 아이는 너무 좋다.자식에겐  친구 같은 부모, 항상 애인 같은 배우자. 역시 직장이란 곳은 잘 써먹어야 최고이다.

직장에선 "맡은 일을 문제 없이 잘 처리하고, 맺고 끊음이 확실한 친구"라고 평가를 받게 된다. 영역 싸움은 사자와 하이에나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모르는 멍청한 친구들과는 섞일 필요 없다. 그거 하면 월급 더 주냐?  그것이 진리. 틈틈히 배워둔 골프와 수영, 매니저 잘 꼬드겨서 교육 비용으로 청구하며 건강도 지킨다. 주변의 임원들이 "그 친구는 항상 웃는게 참 괜찮더구만. 그렇게 가정적으로 잘한다며?"라고 "인간적으로" 좋은 평이 들린다. 뭐. 이쯤 되면 지금 매니저에서 옆동네 잘나가는 C임원에게 넘어갈까 고민 좀 한다. 그 양반, 작은 애가 이번에 특목고 준비한다고? 주변에 학원 하는 친구 좀 찾아봐야겠다.

슬슬 직장이 지겨워 진다. 사장 소리 한 번 들어볼까 싶은데, 지금까지 모은 돈은 모두 부동산. 저 피같은 부동산 보다 돈을 더 벌 것이란 확신은 없다. 계열사 사장 자리가 빈다는 소문이 있다. 인사담당 중역과 사장 데리고 한 라운드 돌아야 하나보다. 여기서 애들 결혼 시키는 것이 더 벌이가 좋을테니, 미국 가 있는 애들 결혼떄까진 그냥 있을까.. 어차피 내 자리 지켜줄 사람은 사방에 있다. 종종 후배와 부하 직원들이 어떻게 하면 그렇게 행복한 가정과 직장에서의 성공을 같이 잡을 수 있는지 물어온다. 이봐, 인생은 결국 포장이야. 좋은 디자인과 훌륭한 캠페인은 콘텐츠를 넘어선다고. 정답을 가르쳐줄 필요는 없다. 그나저나 눈길인데 내 BMW는 후륜구동이잖아? 

무슨 통속 드라마 쓰냐고? 뭐. 저런 이야기 십 수년 전에 드라마에나 나오던 이야기 같지만, 지금도 우리 주변에서 항상 일어나는 일이다. 이 글을 읽은 사람(있다면) 자신이 어떤 부류인지 생각해보자. 그런데 , 해봤자 소용없는게, 저 두 종류는 서로 옮겨 갈 수 없다. 왜냐고? 2는 1로 넘어갈 유인이 전혀 없다. 그리고 1이 2로 넘어가면 "그 친구 요즘 왜그래?"라는 소리와 함께 그저 집에 일찍 가게 될 뿐이다.

젠장..
Posted by BReal'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