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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7.06 비정규직 관련 법안에 대한 단상.(1) 1
Breal'96의 세상 씹기2009. 7. 6. 11:53
지금 일하고 있는 직장엔 비정규직이 없다.
다만 규모가 영세하여 대기업 정규직과 같은 각종 지원을 못해주고 있으니 사실상 급여 등의 수준은 대기업 비정규직과 크게 다를 바 없을지도 모르겠다.

전에 다니던 직장을 생각해본다.

난 꽤 많은 비정규직 직원들과 일을 해봤다. 그리고 그 숫자는 점차 늘어나는 추세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유는 간단했다. 외국계 기업들은 보통 영업직이나 엔지니어가 아닌 이상 사무직의 대부분은 본사에서 2~3개 부서의 4~5명이 하는 일을 혼자서 focal point로 일하곤 한다.

일례로, 내 경우는 다음과 같았다.
 정식 직책명은 Business Unit Advisor였지만, 내가 몸담은 사업부의 행정 업무는 혼자 다해야 했다. 즉, AP본부에서 내게 요구 하는 report는 Financial report, sales result & progress report, Marketing planning, budget planning.. 등등 이었고, 최소 본사의 4~5개 부서가 하는 일을 혼자 감당해야 했다. 그리고 그런 직원이 각 사업부 마다 1~2명(철저하게 biz 규모에 따라 달라진다)씩 있었다.

그런 이들에게 통칭 "계약직"이라는 파견 근로자가 "지급"되었다. 그들이 하게 되는 일은 서류 정리, 각종 심부름 등.. "비싼 정규직에게 시키기엔 효율이 안나오는 일"이었다. 

난 이들의 운명이 궁금하다. 정규직과 동일한 환경에서 동일한 작업을 한 비정규직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 일이고, 사실 그런 경우 비정규직에 대한 착취일 뿐 아니라, 순전히 숫자 개념에서 볼 때 정규직에게 지나치게 많은 돈을 쓰고 있을 뿐이다. "동일 노동 조건, 동일 업무에 동일 대우"는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위에서 예를 든 비정규직은 어떻게 할 것인가? 사실 그 친구들은 법적으로 비정규직이 아니다. 엄연히 "맨파워"라는 회사의 정규직 사원이고 다른 회사에 파견되어 업무를 진행할 뿐이다. 그런데, 그게 눈가리고 아웅이란건 누구나 알 것이다. 사기다. 사내 하청이나, 파견 근무.. 모두 말도 안되는 짓이다. 또, 저 파견 직원들은 보통 파견업체에 지급된 보수의 70% 정도 받게 된다. 그리고 계약이 파기 되거나 해지 될 경우 그 파견업체에서도 보통 해고 된다. 웃기는 일이다.

저런 직원들을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난 직급체계의 다양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보통 대졸공채의 경우, 5급 직원에서 시작해서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5-4-3-2-1)을 거쳐 임원이 되게 된다. 내가 있던 직장도 Band 6(사원)-7(과장)-8(차/부장)-9(실장)-10(상무)를 거처야 진짜 임원, Band D(Director, 전무)가 되었다. 왜 6부터 시작일까? 엄연히 5-4-3-2-1로 진행되는 band도 있다. 차이는, Band6로 입사한 대졸공채 사원의 경우 직종에 구별이 없이 자기가 원하는 일로의 이동이 자유롭지만, Band5로 입사한 직원은 특정 Profession에 한정하여 근무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당연히 그런 특수 직종의 경우 승진 등에서 차이가 생기게 된다.(특정 직군 내에서 진급할 수 있는 Quota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생각해보라. 보안실 직원으로 입사한 Band5는 주구장창 보안실에서 일하게 되는데, 보안실 책임자는 실장이다. 그러나 영업직으로 입사한 Band6는 중간에 영업, 기획, 마케팅, 회계를 거쳐 Band A(회장, 전세계에 1명 뿐이었다..)까지의 길이 열려있는 것이 차이다.

난 사실 위와 같은 차별이 국내 법상 어떤 문제가 있는지 잘 모른다. 그러나 현장직이 아닌 경우에도 일종의 "고용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으나 업무에 따라 진급 등의 Rule이 따로 적용되는" 직급체계가 지금의 혼란에서 조금은 relief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일단 이정도로 줄이고, 더 정리해서 몇 번의 posting을 더 할 생각이다.

Posted by BReal'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