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 주저리2010. 2. 8. 14:31
* 들어가며. 난 이 책 저자의 팬이다. PC라인의 컬럼 시절에는 일종의 role model로, IBM 재직 시절에는 동료이자 선배, 또한 글쟁이로, 지금은 내가 들어가고 싶어 하는 회사, 팀의 리더로. 그러니, 곱게만 보일테이니...

1. 김국현 님의 책을 읽은 것은 이번이 3번째. 코드 한 줄 없는 IT이야기, 웹 2.0 경제학, 그리고 이번의 웹 이후의 세계까지 그가 말하는 3부작을 다 읽은 셈이다. 기술서적 따위 읽은 적 없는 오피스쟁이가 읽기에는 그가 나름 쉽게 쓴다.. 라고 한 것도 그닥 쉽지 않았다는 스스로의 찌질함은 아쉬울 따름이지만. 다년간의 글쟁이 삶에서 나오는 내공은, 다른 어떤 IT밥 드신 분이 쓴 글보다 잘 읽힌다. 호흡도 짧고, 전문용어도 가급적 마구 쓰지 않았고.. 잘 읽히는 책들이었고, 이 책도 그렇다. 아니, 읽히기로 치면 3권 중 제일 잘 읽힌다. "~IT이야기"가 그냥 심심풀이로 읽기에는 어렵고, 전문지식을 원하며 보기엔 가벼운 것이나, "웹2.0 경제학"이 읽고 나면 환상계, 이상계, 현실계라는 단어만 머리에 남는 것에 비한다면 좀 더 잘 재미있고 편하게 읽을 수 있다.

2. 좀 더 그가 몸 담은 조직에 대한 이야기를 볼 수 있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알듯이 그는 한국 Microsoft Next Web 팀의 리더이다. 사실 그 팀이 무슨 일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물어봐도 안 알려준다. =_=; 이 책을 읽으면서 대충 감이 잡히긴 한다. 어찌보면 뜬구름 잡는 팀이고, 그래서 Cloud computing에도 한 발 담그고 있는 듯 하다. 무엇보다 플랫폼으로서의 웹의 가능성과 그 구체화를 준비하는 팀.. 정도가 아닐까 한다. 어떻게 아냐고? 이 책의 내용이 그런 것이다. 그냥 브라우저에 이쁘게 보여주는 웹페이지가 아니라, 플랫폼으로 작동하는 웹과 그 기반 기술에 대한 이야기. 전도사..라는 직책에 제일 어울리는 책이다. 그리고, 아마 최근 MS의 변화된 행보가 그에게 이런 집필을 부추긴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든다. ㅋ

3. 1장과 2장은 조금의 수고를 통해 검색해보면 대부분 찾을 수 있는 정보의 정리본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소개된 책도 많고, 그 개념들에 대한 정보는 아마 개념 자체보다 더 흔하게 찾을 수 있을 것 이다. 그러나, 간결하고 알기 쉽게 정리한 글은 흔하지 않은데, 그런 면에서 최근 화두가 되는 IT의 개념, 혹은 마케팅 용어에 대한 개괄서로도 나쁘지 않다. 그렇다고 나이 드신 임원양반들이 보기엔 조금 어려울 것이다. 뭐, 그 분들이야 뭐든 IT 이야기는 어렵겠지만.. 나처럼 업무와 취미에 걸쳐있는 사람들에게, 혹은 급하게 아는 척해야 하는 초짜 컨설턴트나 그런 컨설턴트를 상대해야 하는 구매부직원에겐 적절한 defense가 가능하게 해주는 책이다.

4. 낭만주의자 김국현이 하고 싶은 이야기는 3장에 다 있다. 웹 주의 선언이란 그 장의 제목과 잘 맞는지는 알 수 없으나.. 개방과 정보의 균등, 그리고 제약 없는 우리의 자유..라는 점이 그가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 아니었을까? 비록 그가 이야기 하는 각종 제약이, IT를 벗어나 기타 복잡 다단 지랄 맞게 섞여있는 이해 관계에 놓여 있음을 대놓고 이야기하진 않으나, 현업에 속한 저자의 사정을 생각하면 적절하게 선을 끊은 듯도 하다. 물론, 3장의 일부 내용도 Ray Ozzie 아저씨 취임 이후의 MS의 노선(혹은 그들이 대외적으로 알리고 싶어하는 이야기)과 묘하게 겹쳐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난 MS의 그 노선이 옳다고 믿는 사람이므로, 그런건 pass.

5. 3부작이라 이야기 한 것이 조금 걸린다. 더 안 쓸껀가? 음. 낭만IT 만화책 출간이나 종용해봐야겠다.

6. IBM 재직 당시 저자의 별명은 늙은 해리포터 였다. =_=; 뭐, 그가 마법을 부릴 수는 없을지 몰라도... 아직 이런 꿈을 꾸는 사람들이 IT의 현업에 더 많으면 좀 더 재미있는 판이 될 것 같다. 난 여전히 그가 부럽다.
Posted by BReal'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