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식쟁이의 IT두리번2010. 5. 19. 10:43
물론, 트위터 자체를 커뮤티니 서비스라고 보긴 힘들다. 

그런데, 요즘 트위터에서 오가는 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이 서비스 역시 한국에서 꽤 많은 온라인 커뮤니티들이 망해간 풍경을 그리고 있는 듯 해서 꽤나 흥미롭다. 

내가 생각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흥망성쇄는 보통 아래의 단계를 거친다. 

1. 사용자 득시글 단계
 - 하루가 다르게 다양한 종류의 사용자가 몰려든다. 

2. 친목질이 시작된다. 
 - 당연히 사람들이 모이면 그 중에 서로 마음에 드는 사람끼리 뭔가 동류 의식에 휩싸인다. 그게 말머리 달기든, 리스트 관리든, 아님 해시태그든. 

3. 게시판에서 뭔가 사적인 채널로 옮겨간다. 
 - 친목질에 빠져든 사람들의 동질감은 Open communication 보다는 closed / deeper communication을 원하게 되고, 그를 만족시켜줄 수많은 메신저 서비스로 이관된다. 트위터에겐 훌륭한 DM이란 체계가 있다. 

4. 게시판에는 예쁘고 곱고 맑은 소리만 남는다. 
 - 이제 사적인 고민이나, 깊은 이야기는 "지인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옮겨간다. 그리고 인기글 / 추천수 / 팔로워 등 자신의 커뮤니티 내 "등급"에 대한 관심 때문에 겉으로 보이는 소리는 모두 뭔가 있어보이는 말들로 채워진다. 
보통 이 과정 쯤 되면 순수하게 서비스를 이용하던 고참들 중, 그닥 내부 관계에 신경 안 쓰던 이들은 지쳐간다. 
그리고 "재미"가 떨어진다. 

5. "지인 네트워크"의 균열
 - 믿고 이야기하던 네트워크지만, 결국 서로 잘 모르는 인간들이 모인 곳이니, 당연히 누군가 팅겨나가게 된다. 그리고 그 "이탈자"들은 다른 네트워크에 편입되거나, 아님 외로운 늑대처럼 게시판을 헤메다가 자기가 좋은 꺼리를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된다. 바로 이전 "지인 네트워크" 상의 사용자들에 대한 이야기. 여기에 남녀 상열 지사와 작업/낚시/어장관리 이야기가 추가되면 금상첨화다. 

6. 분쟁, 축출, 혼란, 이탈, 블록과 언팔, 패싸움
 - 이젠 전쟁이다. 서로 네 놈이 아이디를 날리던지, 내가 날리던지 하는 "캐삭빵"이 벌어진다. 게시글에 대한 댓글 공격, 음란및 스팸 신고, 뒷담화와 블록질이 난무하고, 종종 현피도 뜬다. 당연히 자기들 문제가 우선이지, 이때쯤 새로 가입한 사용자들에겐 별 신경 안쓴다. 

7. 결국 조용히 사건은 마무리되나, 이제 그곳은 더 이상 예전의 그곳이 아니다. 
 - 다들 수면 아래로 내려가고, 출췍이라거나 트친소, 묻지마 맞팔 정도나 하게 된다. 재미 없는 서비스가 되는 것이다. 더 이상 사람들은 이야기 하지 않는다. 

내가 보기에, 트위터는 4단계와 5단계 중간 쯤에 서 있다. 과연 이 새로운 서비스가 어디로 진행될지 꽤나 궁금하다. 

뭐, 난 이미 탈퇴했으니 나랑은 상관 없은 일이지만. 




Posted by BReal'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