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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2.02 타블릿이 PC를 대체할까? 그리고 그 주인공은 iPad일까?
개인적인 견해를 밝힌다면,

1. 아니다.
2. 아니다.

이다.

PC라는, 어쩌면 백년 전 타자기에서 발달된 인터페이스를 대체하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키보드의 편리함이다. 물론 QWERTY자판이 가장 효율적인 키보드가 아니라는 것은 이미 수많은 연구에서 밝혀졌고, 그 기원조차 지나치게 빨리 치는 타자수들의 손가락을 묶어놓기위한 의도적인 비효율이었음을 우리는 안다. 하지만, 우리는 수십만배 빨라진 프로세서와 수억배 커진 스토리지를 가지고 있지만 아직도 키보드를 대체할 물건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기존 타블릿, 그리고 이번의 iPad에도 포함된 터치 스크린 상의 키보드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대화면 / 대용량 / 초고속이라는 데스크탑, 노트북의 발전 방향과 정반대로 진행하고 있는 소형의 log-on device가 대체할 물건은 결국 수첩과 명함지갑, 그리고 휴대폰이 될 것이다. 즉, 우리가 주머니에 쑤셔넣고 다니는 대부분의 물건이 타블릿이건, 아니면 스마트폰이건 들고 다닐만한 IT기기로 바뀔테지만, 아직 PC의 영역은 공고해보인다. 일전에 트위터로 다른 분과 이야기 하다가 든 생각이지만, 결국 타블릿의 대중화로 가장 피를 볼 업체는 다이어리 제작업체, 그 중에서도 프랭클린 다이어리 같이 시스템 다이어리를 만드는 업체들이고, 그 연관 산업이 될 것이다. 또 하나 들자면 제지 업체. 2002년에 처음 직장 생활을 시작했던 제지 회사는 향후 100년간 종이를 대체할 매체는 없을 것이라 자신 했지만, 최소한 출판 산업에서 소비되던 꽤 많은 양의 종이와 A4 복사지의 경우에는 그 시장의 크기가 꽤나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지못미.. 무림제지.

결국 타블릿은 PC의 보완재로서, 지금 우리의 주머니, 가방에 들어있는 대부분의 쓰고 읽고 기억하고 이야기할 물건을 대신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러한 가벼움이 우리 육체에 전하는 효용은 상상외로 크다.

그리고 iPad. 그렇게 크게 재미를 볼 물건으론 보이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과도기적인 작품..이란 생각이다. 일단, 너무 크다. 무게나 부피의 문제..라기 보다는 휴대하기 위해 따로 뭔가를 준비해야 할 크기로 보인다는 이야기다. 물론 어떤 코미디언은 양복 안주머니에서 꺼내기도 했지만, 내 생각엔 아마 안에 뭔가 주머니를 따로 달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현재 동영상으로만 돌아다니는 MS의 쿠리어 컨셉을 지지하는 이유다. 9.7" 혹은 10"가 아닌 5~6" 사이즈 LCD 2개가 달리고 가운데가 접히는 물건을 원한다. 즉, 접어서 양복 안주머니에 지금의 수첩과 지갑과 명함지갑의 자리에 들어가는 사이즈의 물건. 현재의 수첩과 같은 사용법과 경험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물건을 바란다. 그렇다면 키보드의 부재건 뭐건 그닥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몽블랑에서 타블릿용 펜을 만들어 팔 수도 있을꺼고, 구찌에서 가죽 케이스도 내놓을 수 있을꺼고, 제냐의 슈트 맵시를 해치지 않으면서 쿨하게 휴대할 수 있는 물건 말이다.

iPad를 만든 컨셉이 좀 더 큰 장난감을 원한다면, 잡스의 생각이 옳다. 그러나, iPad는 Apple이 동부의 전형적인 회사원 혹은 양복쟁이의 정서와 얼마나 멀리 떨어진 곳인지를 인증하는 물건이다.


Posted by BReal'96